202605-수원연등축제
안녕하세요! 오늘은 진짜 오랜만에 수원 연등축제 나들이 다녀온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제 블로그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집 근처에 아주 든든한 '수원 화성'이 떡하니 버티고 있지 않겠습니까? (이럴 땐 슬쩍 동네 부심 한 번 부려봅니다 ㅎㅎ) 덕분에 평소에도 동네 마실 나가듯 화성에서 열리는 웬만한 행사들은 행사표 싹 꿰고 잘 챙겨 보는 편인데요.
그런데 이상~하게 요 '연등축제' 녀석만큼은 그동안 저랑 지독하게 밀당을 하더라고요. 매번 기가 막히게 바쁜 개인 일정들이랑 겹치는 바람에 늘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거든요. 바쁜 40대 아재의 숙명인가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올해는 드디어! 톱니바퀴 맞물리듯 타이밍이 딱 떨어져서 기분 좋게 다녀왔습니다. 밤하늘 수놓은 연등 불빛 구경하면서 제대로 힐링하고 온 이야기, 지금부터 가볍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그냥 룰루랄라 행사장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는데, 5월 하늘이 하도 파랗고 예뻐서 무심코 고개를 딱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 위에서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며 '펄럭'이는 녀석이 있더라고요.
이게 웬걸, 난생처음 보는 비주얼의 연이었습니다.

하늘 구경은 참 잘했는데,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슬슬 배에서 꼬르륵 신호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침 가는 길에 전부터 먹고싶던 '대한콩국' 간판이 딱! 보이길래 "오케이, 오늘 저녁은 무조건 저거다!" 하고 신나서 달려갔습니다. 따끈하고 고소한 콩국에 찹쌀 꽈배기 푹 담가서 한 그릇 들이켤 생각에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뿔싸. 역시 사람 입맛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문 열고 스윽 고개를 들이밀었는데 빈자리 하나 없이 완전 만석이더라고요. ㅠㅠ
꽉 찬 테이블들을 보며 밀려오는 이 씁쓸함이란... 길게 웨이팅 서서 기다리는 건 또 40대 아재의 체력과 인내심이 허락하지 않기에,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쿨하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아~ 진짜 먹고 싶었는데 말이죠.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더 배가 고파지는 기적을 경험하며, 주린 배를 부여잡고 터덜터덜 다시 축제장으로 향했네요. 다음엔 꼭 식사 시간 피해서 여유 있게 와봐야겠습니다. 축제 구경은 체력전인데 시작부터 밥통이 비어서 살짝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ㅎㅎ


콩국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드디어 행사장 메인 구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부지런을 떨었나 봅니다. 하늘을 딱 보니 아직 해가 쨍쨍하더라고요.
연등축제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 아니겠습니까? 밝은 대낮에 전원 꺼진 연등을 보는 건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죠.
어쩔 수 있나요. 해가 떨어질 때까지 작전 타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마침 잘됐다 싶어 근처 뷰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긴급 수혈했습니다. 아까 밥도 못 먹었는데 빈속으로 계속 돌아다니면 금방 방전될 게 뻔하니까요. (이럴 땐 역시 카페인 충전이 최고입니다. ㅎㅎ)
우뚝 솟은 탑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걸 멍하니 바라보며 커피를 쪽쪽 빨아먹고 있으니,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기분이 들어서 이 여유로운 기다림도 나름 운치 있고 좋더라고요.








커피 한 잔 마시며 농땡이 좀 피우다 보니 어느새 하늘에 어둠이 쫙 깔렸습니다. "자, 이제 진짜 야간 출격이다!" 하고 비장하게 행사 메인 거리로 나섰는데...
와, 오늘 수원 시민분들 다 여기로 모이셨나요? 이미 퍼레이드가 잘 보인다는 명당 맨 앞자리는 겹겹이 바리케이드 쳐진 것처럼 꽉 차 있더라고요. 역시 축제는 눈치싸움과 타이밍인데, 아재의 느긋함이 여기서 뼈아픈 패배를 맛봅니다. ㅠㅠ
결국 아쉬운 대로 빽빽한 인파 뒤쪽에 까치발을 들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아... 이거 뒤통수만 보다가 가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본 행렬이 시작되니 완전히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연등들 스케일이 진짜 장난이 아닙니다. 눈을 부릅뜬 커다란 사자부터 시작해서, 입에서 리얼하게 연기를 뿜어내는 거대한 용, 화려한 불꽃을 뿜어내는 공작새까지! 하나같이 큼지막하고 번쩍번쩍한 대형 연등들이 골목을 꽉 채우며 지나가니까, 저 멀리 뒤에서 까치발 들고 봐도 아주 시원시원하게 잘만 보이더라고요.
퀄리티도 어찌나 좋고 화려한지, 멍하니 보면서 연신 감탄만 했습니다. 앞자리 선점을 못해서 살짝 쓰렸던 속이 웅장한 연등 스케일 덕분에 뻥 뚫리는 기분이랄까요?
비록 VVIP석 직관은 실패했지만,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빛들과 북적이는 사람들의 활기찬 에너지 속에 섞여 있으니 뒤에서 구경해도 충분히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동네에서 제대로 축제 기분 냈네요. 내년에는 꼭! 일찌감치 명당자리부터 잡고 대한콩국까지 성공하는 완벽한 루트를 짜봐야겠습니다.
먹고 싶었던 콩국 웨이팅에 실패하고, 퍼레이드 명당자리 눈치싸움까지 대차게 밀려버린 좌충우돌 나들이였지만... 그래도 밤하늘을 수놓은 압도적인 스케일의 연등들 덕분에 아쉬움이 싹 날아가는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멋진 볼거리가 가득한 수원 화성이 동네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는 건 참 든든하고 기분 좋은 일이네요. 내년에는 무조건 일찌감치 콩국 한 그릇 든든하게 때리고, 1열 명당에 자리 잡고 앉아 VVIP 관람을 해보리라 굳게 다짐해 봅니다. ㅎㅎ
오랜만의 축제 구경으로 텐션도 올리고 에너지 든든하게 충전했으니, 저도 이제 다시 치열한 현생으로 돌아가서 파이팅 넘치게 달려봐야겠습니다.
제 블로그 찾아주시는 분들도 날씨 좋은 요즘, 주변에서 열리는 소소한 축제들 놓치지 마시고 콧바람 한 번씩 쐬고 오시길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긴 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십쇼~ 🏮✨
사진 : Celro
글 : 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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